• 일을 잘 한다는 것
  • 조회수: 6068 | 2014.04.23
언제고 어느 병원에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병원 어느 부서에 사람이 정말 많이 부족해.
경력있는 간호사가 필요한데..... xxx 어때? 일 잘 하잖아."
"그 사람은 여기 안 떠날 껄?"
"그럼 xxxxx는 어때? 걔도 일 잘했는데."
"걔가? 일을 잘해?.... 기준이 뭐야? task oriented nurses를 원하는거야? ㅎㅎㅎ"
 
 
 
 
 
on and off line 활동을 통해 정말 많은 간호사들을 만나왔는데,
나도 이젠 경력자라 그런지
가끔 그네들과 임상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사람의 passion이란 것도 보이고,
그 사람이 임상을 바라보는, 그리고 환자를 바라보는 시선같은 것도 느껴진다.
case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 사람의 지식 정도는 여지없이 드러나기 마련.
남들이 잘 모르는 drip 이나 procedure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지식이 많다, 일을 잘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어느 부서 어떤 위치에서 일을 하던지간에
그 위치에 요구되는 일을 얼마만큼 잘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일을 하느냐,
더불어 환자 교육을 잘 하고, 간호중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얼마만큼이나
잘 예측하고 대처할 수 있느냐..... 그런 것들을 말한다.
 
 
 
 
가령 예를 들어.... HTN 있는 환자가 입원해서 수술을 했는데,
수술 전후로 해서 환자의 home medication이 들어가질 않은 상태로
환자의 혈압이 계속 높아져 수술 후 이틀 넘게 160~170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담당간호사들은 의사에게 전화걸어 혈압을 내려줄 PRN 처방도 받질 않고,
환자의 home medication 조차도 clarify 되지 않은 상태.
만일 당신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그렇게 수술을 받고 난 후
혈압약이 제대로 들어가질 않아 혈압이 160~170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도
담당간호사가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고 "수술 후 높을 수 있어~"라고 말하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얼마나 관대할 수 있을까.
그 혈압 높음이 anxiety 로 인한 건 아닌지,
의사가 처방낸 통증약으로도 조절되지 않는 그런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혈압이 오른건 아닌지를 살펴보고,
환자가 NPO 단계 지나 식이를 시작했다면 환자가 복용했던 home meds를 빨리
resume 하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간호사의 역할일텐데,
나는 병원에서 일하면서 이런 당연한 것들이 간과되는 걸 많이 목격했다.
ICU 에서도 마찬가지다.
처음 입원했을 때야 혈압이 낮고 몸에 물이 많이 찼으니
환자가 먹던 home medication을 모두 끊고 병원약으로 일단 치료를 시작하는데.
상태가 좋아지는 걸 보면서 하나씩 하나씩 home medication을 resume 해주어야 하는데,
환자가 집에서 Lasix를 먹었는지 마는지, ACE를 먹었는지 마는지....
보호자가 "환자가 먹었던 home meds를 확인해보긴 했느냐"고 화를 내자
"이 바쁜 와중에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며 되려 나에게 짜증내던 간호사도 보았다.
 
 
 
 
온라인 모임 활동을 하다보면 또 많은 간호사들을 보게 된다.
다른 엄마들을 돕겠다고 나름의 경험과 지식들을 풀어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하고 설명해주는데,
나는 가끔 그 설명들이 정말 탐탁찮다.
왜 아이가 열이 나면 축 늘어지는지.... 그래서 병원에 가면 왜 이런저런 검사들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병원에 가면 왜 수액부터 거는지..... 병원 가기 전에 집에선 어떻게 해줄 수 있는지를 설명할 때
Dehydration과 electrolyte imbalance 및 SIRS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지 못하고,
"병원 가면 그게 routine 검사들이에요. 나를 믿어요. 나 그쪽에서 일해봤어요."라고 얘기하는걸까.
그게 왜 routine 검사들인지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아무리 그 간호사가 어느 분야에서 몇 년을 일한 경력자라고 해도 그 설명이 이해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보통 Knee arthroplasty (knee replacement Surgery) 를 하고 나면
CBC, BMP 검사를 매일 적어도 3일 이상 하게 된다.
환자 입장에선 "수술 받고 나 멀쩡한데 왜 자꾸 아침마다 피 뽑는거야?"라고 물어볼 수 있다.
그때 간호사가 "의사가 그렇게 처방냈어. 수술 후 routine 검사에요."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Knee surgery와 같은 bone related surgery를 할 경우 수술 중 예상되는 출혈도 있고, 수술 후
보이지 않는 내부 출혈이 있을 수도 있다. 더불어 수술 전 NPO 상태 포함 수술 후로도 routine 식단으로
돌아가기까지 회복하는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로 인한 electrolyte imbalance 가 생길 수 있다.
이 검사들 통해 출혈이 어느정도였는지, 전해질 검사를 통해 간단하게는 hydration 정도도 볼 수 있고
kidney function 도 볼 수 있다. 그래서 3일간 매일 아침 피검사를 하고 만일 이상이 있을 시에
추가로 약이 처방될 수 있다."라고 얘기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Knee surgery를 받은 환자다.
6~8시간이 지나 갑자기 숨을 헐떡거리며 숨이 조금 차오르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한다.
과연 어떤 액션을 취할 것인가.
Chest pain 일 수도 있고, Angina일수도 있고,
수술후 3rd spacing으로 인한 interstitial lung edema일 수도 있고,
심하게는 PE 일 수도 있다.
과연 어떤 식으로 환자 assess를 할 것이고 의사에게는 어떻게 설명을 할 것이며,
어떤 약들이 들어갈꺼라 예상하고 준비할 것인지, 그리고 환자에겐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생각해보자.
환자가 증상 호소하자마자 Vital signs만 재고 의사에게 전화 걸어
"환자 SOB 있고 chest discomfort도 호소하는데?"하고 얘기하고 말 것인지.
그리고 나서 나름 빨리 대응해서 처치했다고 만족해할건지.
가끔 보면 조무사가 "몇 호실 환자가 숨차고 가슴이 답답하대. Vital signs은 이래이래해."하는 말만 듣고
환자도 보지 않고 의사에게 notify 하는 간호사도 있다.
정말 엉덩이가 무거워 절대 일어나지 않는 경력자들.
그네들이 맡은 환자들에게 특별히 큰 사고가 터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 간호사들이 일 잘하는 경력자라고 말할 순 없다. 절대.....
 
 
 
 
 
남편이 A-fib with RVR로 입원했을 때 의사는 2D echo를 처방냈다.
응급실에 있으면서 심한 tachy가 있었기에
EF가 40%로 떨어져 있었고 이에 담당간호사는 cardiologist를 호출해
Losartan 이란 ARB를 처방받았다.
CHF, Heart failure 환자의 EF가 40~45% 이하로 떨어진 경우
Ventricular afterload 를 줄여 심장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내기 위해
의사는 ACE나 ARB를 처방낸다.
이 약들은 Heart failure 환자들의 mortality를 줄이는데에 아주 효과적인 걸로 알려져있다.
그래서 Core measure 중 Heart failure가 포함되어 있고
내 환자 중 heart failure가 히스토리에 있던 진단에 있을 경우
2D echo를 6개월내에 찍었는지 확인하고, EF가 낮을 경우 ACE, ARB 처방을 위해
의사와 follow up을 해야 한다.
남편 이야기로 돌아와 그 담당간호사는 Losartan이란 약을 남편에게 주며
"Cardiologist가 처방낸 혈압약이야."하고 주었단다.
일단 약을 먹은 남편은 내가 오기까지 기다렸다가 나에게 묻길
자기가 고혈압이였냐고... 그래서 A-fib with RVR이 온거냐고 한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Heart 그림을 그려 WPW syndrome에 대해,
A-fib with RVR, SVT가 어떻게 발생하는건지, 또 다른 어떤 리듬으로 발전할 수 있는건지,
그게 왜 어떻게 위험한 건지를 설명해주었다.
더불어 의사가 Losartan을 처방낸 건 혈압 때문이 아니라 low EF 때문이라고 얘기하자
그제서야 자신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 남편의 담당간호사는 Tele에서 몇년을 일했던 간호사였다.
그 이후로도 Tele 간호사들이 남편을 맡았는데 WPW syndrome 리듬을 읽을 줄 몰라했다.
나는 ... 그네들이 왜 우리 남편에게 A-fib with RVR과 SVT가 떴는지 이해는 하나 싶다.
 
 
 
 
 
모든 간호사가 완벽할 순 없다.
나 역시도 완벽하지 않다.
나도 곧잘 실수를 하고, 버벅거리며 설명하기도 하고,
때로는 확실하지 않아 설명을 제대로 못 해줄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진단명이라던지, 증상이라던지, 약이 보이면
나는 google을 미친듯이 해서 그게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고 그 환자에게 왜
그런 증상이 나타났는지, 왜 이런 저런 약들이 들어갔는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이해와 노력 없이 간호사는 성장할 수 없고, 간호는 더 나아질 수가 없다.
Nursing이 ongoing learning experience 인 이유다.
단순히.... 병원 환경에 익숙해졌다고,
의사에게 전화걸고 처방받는게 익숙해졌다고,
그리고 몇몇 procedure와 tests들에 익숙해졌다고
그 간호사 일 잘하는 간호사야.....라고 말할 게 아니다.
경력간호사라면 그 경력이 부끄럽지 않게 지식을 갖추어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나서 어딜 가서 자기 소개를 해도 "나는 경력간호사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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