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뉴욕
  • 조회수: 729 | 2023.11.08

뉴욕, 뉴욕은 내가 여고 시절 다니던 학원가 뒷골목에 캬바레 이름이다.

그 캬바레 앞를 지나는 것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 길이 지름길이어서 할 수 없이 그 쪽으로 다녀야 했다.

 

 

그때는 학원을 다닌다 해도 방학 때만 두 과목 정도만 들었기에 요즘 아이들처럼 방과 후 부터 한밤중까지 살인적인 스케줄 같은 것은 없었다. 요즘 아이들은 피아노. 미술. 영어, 논술, 수학, 이것만 해도 5가지인데 이 정도는 기본이라는 소리를 듣고 나니 한국의 아이들이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가 끝나면 집에 가서 숙제 좀 하고 나머지는 놀아야 할 텐데 학원 뺑뺑이가 애들이 얼마나 지겨울까? 미국은 고 3도 오후 세 시면 집으로 보내는 데 한국은 왜 이리 애들을 들볶는 지 정말 모르겠다. 미국에 사는 내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지만 학교든 직장이든 가는 순간부터 집으로 갈 시간만 손꼽아 기다리는, 평생 한결같은 내 성격을 생각하면 미국 이민을 잘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골목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면, 그 뉴욕 뉴욕 캬바레에는 당시 유명한 연예인 사진들이 여러 장 늘 붙어 있어서 나야 평생 가 볼 일이 없는 곳이지만 술값이 비싸겠구나 등 여러 생각을 했었다.

 

 

뉴욕은 미국 대도시인데 어떻게 생겼을까?

 

한국 사람 대부분은 가 보지도 못할 도시인데 왜 그 이름을 두 번씩이나 쓰면서 캬바레 이름에 갖다 붙였을까?

 

뉴욕은 못 가더라도 여기 오면 뉴욕에 온 기분을 느끼게 해 주겠다는 의도인가?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난 무엇을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꿈과 상상력이 풍부했던 나는 그 곳을 지날 때마다 그 뉴욕이라는 단어를 그 시절에 수백, 수천 번은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골목은 학원을 가는 지름길뿐 아니라 책을 좋아하던 내가 언제나 미팅 장소로 정하던 종로 서적으로 가는 길도 지름길이어서 그 골목을 셀 수 없이 지나쳤다.

 

친구들을 종로서적에서 만나기로 하면 난 언제나 좀 일찍 가서 책을 좀 읽곤 했는데 그 시절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나의 젊은 시절이다.

 

 

사람의 일을 누가 알 수 미리 알 수 있을까?

 

 

나는 뉴욕으로 거의 40 년 전 이민을 왔고 원했던 대로 늦은 나이에라도 공부를 할 수가 있었고 글쓰기가 좋아서 내 책을 갖고 싶은 마음에 책도 두 번 출판하였고 뉴욕 하늘 아래서는 세번째 책이다. 

5 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교보 문고는 몇 번 갔는데 종로 서적이 지금 그 자리에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가 보지는 못해서 많이 아쉽다. 없어졌다는 소리를 풍문에 들은 것도 같고...

 

 

다들 자기가 사는 곳을 최고로 치겠지만 이제 뉴욕은   내가 태어난 곳보다 많이 살아온 내게는 참으로 소중한 곳이 되었다. 특히나 뉴욕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운전을 안 해도 될 정도로 한국처럼 대중교통이 발달한 유일한 도시. 운전하기를 싫어하는 내게는 매력 만점의 고마운 도시.

 

 

어제는 맨해튼과 롱 아일랜드를 연결하는 빠르고도 쾌적한 Long Island Rail Road 타고 맨해튼에 있는 한인 식당에 전광석화로 다녀왔는데 맨해튼 시내에 갔더니 언제나처럼 세계 각처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뉴욕은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내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있는 도시 좀 보겠다고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사람들을 보니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관광객들 틈에 끼어 좀 있으면 뉴욕에 놀러 오는 나의 큰언니를 위해서 나도 관광안내 책자를 하나 받아오기도 했다.

 

어느 유튜버가 뉴욕의 살인적인 주거비와 생활비에도 왜 뉴욕을 세계의 수도라고 하면서 전 세계에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가에 대한 답을 주었는데 나도 공감하는 바이다.

 

파리에서의 성공은 유럽에서의 성공, 뉴욕에서의 성공은 세계에서 성공하는 것이라서 그렇다고 했다.  가끔 지인들이 뉴욕에서 살기 힘들다고 다른 주로 이사 가겠다고 하면 나는 뜯어말린다. 뉴욕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았으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이니 절대 다른 주로 가지 말라고, 지금까지의 성공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말라고 하여서 마음을 바꾸고 뉴욕에 다시 주저앉은 지인도 있다.

 

우리 딸이 맨해튼에 있는 유명 사립대에 입학 허가서를 받았을 때도 나는 그 대학 총장이 보내온 입학허가서에 적혀 있던 격려의 말에   깜박 넘어가서 어마어마한 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애써 모른 척하면서 그 학교에 보내기로 하였다.

 

 

 

“우리 학교는 세계의 수도 뉴욕에서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는 인재들을 길러내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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