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로 practice를 하다 보면 제일 자주 쓰는 말, 위의 두 마디이다. 특히나 Urgent Care에서 일을 할 때는 환자들이 닥터, 닥터 하고 부르는데 나는 그 호칭이 너무나 불편하고 싫어서 내게 닥터라고 하면 처음에는 꼭 교정을 하곤 하였다.
“저는 의사처럼 환자를 볼 수 있기는 하지만 의사는 아닙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너무 바쁠 때는 그마저 교정을 할 시간이 없어서 그냥 내버려 두기로 하였다.
한 번은 환자 엄마가 나를 두 번째 보는 데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는 이 사람 싫다고 그전부터 자기 딸을 봐주던 닥터 L은 어디로 갔느냐고 내 앞에서 스패내쉬로 심하게 불평을 하였다. 내가 스패니쉬를 못 알아듣는 줄 알고 맘 놓고 불평하는 눈치였는 데 내 스패니쉬 실력으로 그 정돈 충분히 알아듣는 데다 그녀의 body language로도 좋은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닥터라고 찾는 그 사람은 나도 아는 키가 큰 남자 NP 이지 의사가 아닌데도 많은 환자들이 그를 의사로 알고 있었다. 나는 그가 자기를 의사라고 소개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키가 큰 남자니까 환자들이 그냥 그렇게 짐작하는 것이고 그도 나처럼 너무 바빠서 본인은 의사가 아니라고 일일이 고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통역을 통해서 그 남자도 나도 똑같은 NP라고 분명하게 말해주라고 하고 딸의 병세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내가 영어로 하고 통역이 스패니쉬로 옮기는데 그녀는 계속 화를 냈다. 나는 공연히 내게 몹시 화를 내는 그녀가 어이가 없어서 아무래도 통역을 통해서 설명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영어와 스페니쉬가 완벽한 내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매니저는 웬 미팅이 그렇게도 많은지 전화를 하면 미팅 중이라는 문자가 오고 거의 전화를 받지 않는데 고맙게도 내가 급하니까 전화 꼭 받으라고 문자를 보내면 언제나 전화를 받았다. 하도 늘 미팅 중이라고 해서 난 매니저 시켜 주지도 않겠지만 그놈의 미팅 참석하는 일 때문에라도 난 매니저 안 한다고 매니저에게 싫은 소리를 한 적도 있었다.
키가 큰 남자는 의사일 것이라 무조건 짐작하는 그녀의 선입견이 빚어낸 황당한 경우였지만 매니저 덕분에 잘 넘어갔다. 사실 이 매니저는 내가 말이 잘 안 통하거나, 힘든 환자 때문에 곤란하면 언제나 내게 도움을 주어서 내가 고마워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지난 연말에 그가 날 항상 잘 도와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서 편지도 한 장 쓰고 선물도 넣어서 주었더니 내 편지 받고 너무 감동했다면서 편지를 찍어서 전화기에 저장해 놓은 것을 내게 보여주기도 했다. 편지는 타이프로 찍어서 보내다 손으로 얼른 한 장 쓰다가 스펠링이 틀려서 볼펜으로 대충 꺼멓게 지운 자국이 있는 소박한 스타일이었는데 너무 좋아하니까 좀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환자를 대하다 보면 별별 이상한 소리를 하는 이상한 사람들도 있고 정말 내가 모르는 증상인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면 난 언제나 솔직하게 대답하였다.
“솔직히 말해서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전문의한테 가보셔야 될 것 같아요. 저는 의사가 아닙니다.”
그리고 꼭 한마디 부연 설명을 하였다.
“그렇지만 의사라고 해서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들은 내가 솔직히 모르겠다 하면 솔직하게 말해 주어서 고맙다고 하면서 내가 권고하는 대로 전문의를 찾아가겠다고 하였다.
Urgent care에는 소아과 환자도 많이 오는데 처음 시작할 때는 10살 이상만 본다고 했다가 나이를 점차 내려서 지금은 3살부터는 본다고 했지만 그래도 소아과 환자는 지금도 부담이 많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한 번은 토요일에 urgent care에 갔는데 아침부터 소아과 환자가 6명이나 줄줄이 사탕으로 왔다. 왜 이렇게 소아과가 많이 오냐 이상해서 물었더니 그 전날 근무한 NP가 환자들에게 자기는 소아과 안 보는데 오늘 오면 누가 봐줄 테니 오늘 다시 오라 했다고 해서 ‘참 이상한 사람이네, 자기가 못한다고 남한테 떠넘기나?’ 하고 심기가 좀 불편했는데 얼마 후 그녀는 소아과 환자를 꼭 봐야 한다는 회사 규정에 부담을 느껴서 그만두었다고 들었다.
의사가 아니지만 환자들은 의사인 줄 아는 것에 대한 부담도 상당하지만 NP로 일을 하면 할수록 의학이라는 분야가 얼마나 크고도 방대한지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프랙티스를 할수록 내가 아는 것의 percentage는 점점 쪼그라드는 느낌이다.
다행인 것은 NP로 일하는 사람들과 같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모두들 나와 생각들이 비슷하다는 것인데 이래서 아무것도 모르면 다 아는 것 같고 조금 알면 모르는 것이 얼마나 더 많은지 깨닫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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