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소중한 환자들을 나를 믿고 맡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 조회수: 3585 | 2014.04.23
닥터 P의 휴가 날짜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닥터는 환자들에게 자기가 곧 한달동안 휴가를 가지만 여기 NP Kim이  오피스에 있을 테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걱정말고 오라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였다. 이 분이 날 무엇을 보고 이토록 꽉 믿으시나 고맙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 이제 일주일 후면 나 혼자 환자를 보아야 하는데 염려반 기대반으로 나는 속으로 날짜를 계속 세가면서도 닥터 P옆에 찰떡처럼 붙어서 배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목이나 코를 들여다 볼 때는 잘 보이지 않아서 나보다 훌쩍 큰 닥터에게 대롱 매달리기라도 하면 닥터는 키가 작은 나를 배려하여 환자에게 고개를 숙이라고 하여서 나도 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얼마 전에는 나를 닥터 P에게 소개해 준 NP를 만나러 갔는데 좋은 의사를 소개해준 그녀가 고마워서 조그만 선물을 준비 하였다. 그녀는 이런 것까지 왜 가지고 왔느냐면서 자기를 생각해 주는 내 마음이 고맙다고 하였다. 닥터가 내 마음에도 들고 또 잘 가르쳐 주어서 내가 많이 고맙게 생각  한다고 했더니 (둘은 친구사이) 그렇지 않아도 통화를 했다며 닥터가 자기에게도 내 칭찬을 많이 한다고 하면서 그녀도 아주 좋아하였다. 그녀는 또 “당신은 잘 해 낼줄 알았어요” 하면서 나를 격려해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루는 갔더니 환자가 열명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나, 어떻게 하지? 도망 갔으면 좋겠네.' 나는 속으로 철딱서니 없는 생각을 하면서 사무원에게 웬 환자가 이렇게 많이 기다리느냐고 물으니 약속하고 온 사람은 둘이고 나머지는 그냥 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폭설과 혹한 때문에 오피스를 여러번 닫았는 데 그때 못 온 환자들이 한꺼번에 온 것 같았다. 

 
 첫 환자를 들어오라고 했다. 첫 환자는 젊은 흑인 남자 환자였는데 검사결과를 알려고 왔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몹시 불안해 보였다. 그 전 진료 기록을 보니 과도한 음주로 복통이 심하다고 기록되어 있기에 그것에 관해 물으니 자기는 그런 말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였다. 왜 딴소리를 하느냐고 환자와 실랑이를 할 수도 없고 나는 본론으로 들어가서 검사 결과에 대해서 설명을 일반인이 쓰는 용어로 쉽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전에 책을 쓸 때 선생님이 내 환자는 모두들 아주 똑똑한 것 같다고, 의사들이 쓰는 용어들을 많이 알고 있다고 웃으며 나를 놀리면서 한마디 하신 기억이 났다. “이렇게 쓰면 안돼요” . 

 
닥터 P도 내게 blood test result 를 환자에게 설명해 보라기에 별 생각 없이 의학 용어를 썼더니 “지금 의사에게 결과 가르쳐 줍니까? 그러면 환자들이 못알아 들어요. 쉬운 말로 풀어야 돼요.” 했던 기억이나서 나는 조심을 하였다.


환자는 큰 눈에 겁을 잔뜩 집어 먹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어서 왜 이런가 했더니 보통 혈액 검사만한 게 아니고  sexually transmitted disease and HIV 테스트를 하고 그 결과를 알러 온 것이었다. 나쁜 결과면 어떻게 말해야 하나? 간호사로서는 환자들이 이런 것 물으면 “의사에게 물어 보세요.” 하고 나는 넘어가면 그만인데 '아, 이제는 내 차지구나.' 고민이 되는 순간 이었다. 'STD는 그렇다고 쳐도 만약에 HIV test 가 positive이면 어떻게 하지? 아, 정말 도망 갔으면 좋겠는 데…….' 천천히 검사 결과 서류들을 넘기면서 결과를 알려주는 데 다행이도 모두 정상으로 나왔다. 환자 만큼이나 긴장했던 나는 모두가 정상으로 나온 그의 결과가 참으로 고마웠다. 다 정상이니까 아주 다행이지만 앞으로도 절대 조심해서 STD, HIV에 걸리지 말라고 공손하게 부탁을 하는 식 으로 얘기를 하였다. Safe sex가 아주 중요 하다는 것도 강조하였다. 별 이유가 없는 데도 이런검사들을 해달라고 의사에게 오지는 않으니까. 안심이 되서인지 그제서야 환자는 흰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으면서 내 말을 잘 듣겠다고 약속을 하였고 음주량도 많이 줄이겠다고 하였다.


닥터가 휴가를 떠나는 날, 나는 그 전날 사무원들도 다 퇴근했는데도 밤중까지 예약돼있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필요한 사항들을 챙기느라 휴가를 잘 다녀오라는 인사말도 건네주지 못한 것이 생각이 났다. “당신의 소중한 환자들을 나를 믿고 맡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환자 들을 진료 하겠습니다. 걱정 마시고 휴가 잘 다녀 오세요.“ 하고 공항으로 향하고 있을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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