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똑똑한 바보
  • 조회수: 1226 | 2018.10.26

강용석 변호사.

 

그는 한국의 최고대학에서 그것도 최고학부에서 공부했다. 앨리트 중의 앨리트이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이후에는 TV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은 인지도 높은 사람이다. 그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공부 잘하는 법을 소개한 강연을 유튜브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오늘 이 글을 쓰는 시간에, 그는 사문서 위조의 범죄를 저질러 법정구속이 되었다.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고 수송차에 오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

 

우리는 흔히 IQ가 높고 시험 보는 기술이 좋아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그래서 진입 벽이 높은 의사나 변호사 등의 전문직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한다.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당연히 우리 자식도 그들처럼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래서 강용석 변호사가 대중적 인기를 얻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이 오십을 넘은 나이에 사리분별을 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을 속이려 문서를 조작한 강용석 변호사가 정말 '똑똑한 사람'한 것이었을까?

 

개인적으로 '똑똑한 사람'에 대한 정의를 세워보았다.

높은 지성(IQ)과 풍부한 감성(EQ)을 소유하고 사리 분별을 할 줄 알며, 가정과 사회에 두루 도움을 주면서 행복한 삶을 매일 매일 만들어가는 사람이 정말 똑똑한 사람이 아닐까?

 

며칠 전에 한 60대 중반 여자 환자를 방문했다. 깨끗하게 정리된 집에 살면서 말끔한 옷차림을 한 환자를 만나는 것은 가정방문 간호사에게는 큰 복이다. 정말 큰 복이다.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더러운 공간에서 살아가는 환자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환자를 방문할 때면 어떻게 서든지 서둘러 업무를 끝내고 떠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이 환자의 집과 차림새는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함께 앉아서 복용 약을 확인하고 몇 가지 문진을 하였다.(약 복용을 정확히 하는지 약병들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 약들을 챙겨주는 일은 가정간호사 업무에 핵심 중에 하나이다.) 별문제가 없어서 마지막으로 혈압을 재기로 했다. 혈압 측정을 하기 위해 그녀의 왼쪽 팔을 걷어 올리니 니코틴 패치가 붙어있었다. 담배 냄새가 집안에서나 환자에게서 전혀 나지 않았는데 의외였다.

 

"담배를 끊은 지 얼마나 되었나요?"6일 쯤 됐어요.“

"담배 끊기 힘드시죠? 저도 10년 동안 하루에 한 값 이상을 피운 골초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환자의 눈이 반짝거렸다. 담배 끊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데 금연에 성공한 사람이 바로 앞에 있으니 반가웠던 거 같다. 환자가 물었다.

 

"어떤 방법이 금연에 도움이 되었나요?“

"저도 당신처럼 니코틴 패치가 도움이 되었어요.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겁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야 해요. 꼭 다시 시도하실 거죠?“

"네 그러겠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내 practice boundary의 경계선에 바짝 다가갔다.

 

"무엇보다도 저는 하나님께 기도한 것이 도움이 되었답니다.“

 

다행히도 환자는 긍정적인 답변을 하였다. 내 말에 공감한다며 나의 말을 받았다.

 

"기도가 도움이 되긴 하지요.“

 

그러면서 자신의 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에게 설명했다.

 

"우리는 한 분 하나님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신이라 부르는 부다, 알라, 하나님은 결국 다 한 분을 달리 부를 뿐이죠.“

 

그의 하나님에 대한 설명(신론)은 유일신을 갖는 신론을 갖는 기독교인으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유의 신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토론을 하고 싶은 충동이 즉각 든다.

그러나 사리 분별을 관장하는 나의 뇌 앞쪽에 있는 전두엽에서 이런 판단을 내려졌다.

그것도 1-2초 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에.

 

"너가 이곳에 온 것은 이 환자와 종교토론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 그리고 너에게 주어진 제한된 시간에 이 주제로 토론하는 것은 무리다. 그리고 토론을 한다하더라도 상대방이 너의 신관에 동의하기나 할까? 무엇보다도 너의 professional boundary를 벗어나는 일이야."

 

우리는 매일 수천 가지 아니 수만 가지 결정을 하고 살아간다.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의식적으로 그렇게 한다. 그 결정들은 오늘 어떤 옷을 입을까와 같은, 좋지 않은 결정을 하더라도 아주 적은 부정적 결과를 내는 것에서부터 (나의 직업인 간호업무에서는) 잘못된 결정이 사람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결정까지 매일 선택할 일들이 엄청나다.

 

면밀히 사람들을 살펴보면 어떤 사람들은 나쁜 결과를 끼치게 될 결정을 습관적으로 하고 살아가고 어떤 사람들은 대부분 그들의 결정이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다. 후자의 사람들을 우리는 현명한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그래. 강용석 변호사는 똑똑한 바보였던 것이다.

 

즉각 나는 화제를 돌렸다.

"힘들더라도 바깥에 나가서 햇볕을 많이 쬐세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치료 효과가 있어요.“

"그러려고 합니다만 쉽지가 않아요.“

"힘들더라도 하루에 15분만 햇빛에 나가 걷는다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D양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기분도 상쾌해질 거고요.“

"고마워요."

 

매일 매일 좋은 결정들을 만들며 행복하게 살아가길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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