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미국 온라인 대학교 Western Governor's University의 간호학 학사과정(BSN)을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총 24개월(2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난 글들을 읽어보신 분들은 제가 어떻게 이 학사과정을 시작했는지 자세히 알 것입니다.
그래도 간략하게 다시 설명하자면, 한국 독학사(97년)를 이미 소유하고 있었던 저는 한국독학사가 BSN인지 BN인지 불투명할 뿐만이 아니라 미국 대학원에 들어가기엔 커리큘럼이 부족한 것을 알게 되었고 간호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던 차에 적당한 학교를 찾아 다시 BSN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학창시절 낙제 점수를 많이 받아서, 다시 들어야 할 과목들이 많았고 미국대학 출신들은 대개 1년에 끝내는 과정을 저는 2년에 걸쳐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학교에서 2년 6개월 계획을 세워주었지만 6개월 단축하는 노력^^도 했습니다.
학사학위 코스가 어려웠냐구요?
아마도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을 것 같습니다.
첫 두 학기에는 사지선다, 오지선다형 시험을 패스하면 이수하는 것으로 정해진 과목들이 많아 그런 패턴에 익숙한 교육환경에서 자란 저로서는 굉장히 빨리 학업을 진행했습니다만, 졸업이 가까워 오자 리포트 제출을 통하여 과목이수를 해야 하는 과목들이(에세이 essay) 대부분이어서 진땀을 뺄 수 밖 에 없었습니다. 제출한 리포트가 문법, 스펠링(흔히, Articulation 이라고 합니다)에 문제가 많다고 다시 검토하라고 돌아 올 때는 맥이 많이 빠지기도 했습니다. 영어로 A4용지 10에서 15페이지씩 써야하는 리포트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어쨌든, 모자란 실력으로 잘 마무리 한 것 같습니다.
2년간 학과 공부로 아내, 아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아내에게 앞으로 2년간은 학교로 가는 일이 없을 거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2년 후가 두렵다고 하는군요^^.
미국간호학과정을 공부하면서 가장 큰 도전이 무엇이었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다음과 같은 답을 할 것입니다.
"가정의 일원으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또 직업인으로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영어로는 "Wear many hats, 많은 모자를 쓰다"라고 표현합니다.
한 사람이 동시에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하지요.
제 상황이 그랬습니다.
현재 한국나이로 3살된 아이와 시간을 보낼 때는 꼼짝없이 학업을 할 수 없다거나, 아내와 종종 휴가를 떠날 때, 병원에서 근무를 할 때, 지역사회에서 주어진 역할을 해야만 할 때 등,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역할이 제게 주어진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또한 이건 순전히 나의 선택, 내가 좋아서 발생한 어려움이지만 지난 2년 동안 학업을 하면서도 짬짬이 번역 일을 하여 두 권의 영문 기독교 서적이 한국어로 번역되었으니 거기에 또 들어간 시간은 오죽 많았겠습니까(이제 연말에는 또 한권의 역서가 출간될 예정에 있습니다).
아내가 옆에서 이렇게 핀잔을 줍니다.
"젊을 때, 부모님이 도와줄 때 열심히 안했으니 이렇게 늙어서 고생이지."
그래서 저는 이렇게 대꾸를 합니다.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류시화)이라는 시가 있지.“
나이가 들며 점점 마음속에 내 자신을 향한 경고의 소리가 들립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 낭비 말고 열심히 살아라.‘
스티브잡스가 2005년 스탠포드대학교 졸업식에서 다음과 같은 축사를 했습니다. 오늘 글은 그의 명연설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다들 건승!
"열일곱 살 때 이런 경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바른 길에 서 있을 것이다." 이 글에 감명 받은 저는 그 후 지난 33년 동안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자신에게 묻곤 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인가? '아니요!'라는 답이 계속 나온다면, 다른 것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됩니다. 왜냐고요? 외부의 기대, 각종 자부심과 자만심, 수치스러움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들은 '죽음'을 직면해서는 모두 떨어져나가고, 오직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이 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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